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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어쩌면 해피엔딩] K-뮤지컬 세계를 정복하다. "토니 어워즈" 작품상등 6개부문 수상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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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아니 어쩌면 퍼펙트엔딩이다.

바야흐로 2025년 6월, 뉴욕의 심장 라디오시티 뮤직홀.

이국의 숨결이 감도는 그 거대한 무대 위에서, 작지만 단단한 한국 창작 뮤지컬이 여섯 번의 이름을 새겼다.

마치 고요한 수면 위로 퍼지는 물결처럼, 토니상은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다섯 음절에 반응했고,

사람들은 그 여운에 숨을 고르며 퍼펙트라고 불렀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이것은 기적이 아니다.  이것은 우연을 가장한,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 뮤지컬은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헬퍼봇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낡은 서울의 뒷골목, 버려진 두 대의 헬퍼봇에서 시작된다. 이름은 올리버, 그리고 클레어. 인간의 손끝에서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기억에서는 지워진 존재. 한때는 곁을 지켰던 조력자였으나, 이제는 방 한 칸씩을 차지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운명은 때로 충전기 하나에서 시작된다.
“빌릴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이 작은 교신이 그들의 인연(因緣)이 되었다.

성능도, 배터리도, 감정도 조금씩 다른 두 로봇은 서로의 외로움에 스며들었다. 반딧불이를 보러 떠난 제주도행, 그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올리버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하지만 클레어는 인간이란 동물이 얼마나 잘 변하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믿음을 주저했고 기대를 망설였다.

“사랑은 피어나는 그 순간이 전부인 듯 빛나지만, 그 빛은 언제나 이별의 그림자를 끌고 온다.”

그 서글픔이 클레어를 무너뜨렸다. 더는 올리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 한마디로, 그녀는 이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둘은 자신들이 함께한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기로 한다. 사랑의 종착지가 망각이라면, 그것은 진짜 이별일까? 아니면, 다시 시작될 여백일까?

마지막 장면.
문을 두드리는 클레어.
“괜찮을까요?”
그리고 문 너머의 올리버,
“어쩌면요.”

이 짧은 대사 한 줄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확신 대신 가능성, 결말 대신 여운. 사랑은 늘 그렇게 우리를 시험한다. ‘어쩌면’이라는 단어는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 가장 용기 있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닫힌 마음을 다시 열게 만드는 주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의 언어.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그 희망의 언어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Goodbye, My Room’, ‘반딧불에게’, 그리고 ‘사랑이란, 어쩌면’은 단순한 넘버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감정의 파편, 눈물의 음절이다. 관객들은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노래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꺼내어 껴안는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이 뮤지컬이 브로드웨이까지 닿았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겐 ‘기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처럼, 이 작품은 지난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진심을 뚫고 나왔다.

그리고 이제, 세계는 그것을 기억한다.
어쩌면이 아니라, 분명히.
브로드웨이의 금자탑 꼭대기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완벽한 해피엔딩을 써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여전히 마지막이다.
“괜찮을까요?”
“어쩌면요.”

이 말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내일이 될지도 모른다.